한국대학에 공정과 상식은 존재하는가?
용인예술과학대 교수 원상철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는 바로 공정성의 문제이다. 혹자는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 시국에 covid-19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차별과 불평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담론은 그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과 불평등이 만연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의 최고의 지성인이 모여 있다고 하는 대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원인으로 대학사회가 시름시름 병이 들어감으로써 이제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가고 있다.
사실 공정이라고 하는 말 자체가 경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것을 무시하고 끊임없이 공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 자체를 정당화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불공정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이 가지고 있는 논리적인 함정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사회적 공정이 정의를 훼손시킬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알렉산더 훔볼트는 “대학이라고 하는 것은 교수와 학생으로 이루어진 자유롭고 평등한 학문공동체라고 하면서, 인류가 이루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소우주”라고 하였다. 훔볼트의 생각은 우리의 주변 세계는 권력과 폭력이 주변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대학만큼은 가장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미리 경험하는 작은 우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당시 프로이센에서도 대학에 대해서만 절대 자유를 부여해 주었다. 왜냐하면 이들이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것 자체가 인류에게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학은 사회적 정의가 구현되는 공간, 즉 대학에서 가장 먼저 사회적 정의가 구현되어서 그것이 그대로 사회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처럼 훔볼트의 교육철학이 독일의 대학사회에서 실제로 구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정의가 가장 이루어지지 않고 곳이 대학이다. 실제적으로 대학 내에서 교원들간의 처우, 특히 임금이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대학 내 다양한 교원이 존재하면서부터 교원간 임금차별이 7배에서 심지어 10배까지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 계약자유의 미명 아래 불공정한 계약이 지속되면서 점차 어느 일방에게 상당히 열악한 계약조건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였다. 교원간의 임금차별은 노동생산성과 관련 없이 정치·제도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와 이론을 찾기 힘들다.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훌륭한 정치문화 및 경제성장을 이루고 시민의식도 성숙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지옥에 가까운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정이라고 하는 가치가 차별과 사회적인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동원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에 어느 일방이 계약으로 인하여 극심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노력에 따라 평가를 받는 계약공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바드대의 마이클 센델 교수는 정의라고 하는 것은 ‘공동체의 선’이며, 이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대학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공정을 통해 정의를 바로 세운다면 대학 사회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