溪岩 鄭用泰先生님!
우리 교육계에 ‘학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원성이 자자한 이때에 우리의 영원한 참스승, 청주대학교의 산 증인이신 선생님께서도 벌써 팔순을 넘기시어 이제 미수(米壽)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은 고전 중의 고전이 되었고, ‘오래 살아 기쁘다’는 희수(喜壽)도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가 되었듯이 선생님께서 지금도 갖고 있는 제자 사랑의 뜨거운 열정과 천수(天壽)를 누리실 건강은 저와 선생님의 첫 만남이었던 그때와 조금도 변함이 없으십니다.
저의 사주에는 인덕을 많이 갖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특히, 온화한 인품과 냉철한 법학을 통해 삶의 올바른 좌표를 제시해 주시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용기와 지혜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과의 만남 그 자체는 저에게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또한 지금도 사막을 가로질러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나그네처럼 삭막한 세상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치면 애타는 목마름으로 선생님을 찾을 때마다 삶의 용기와 지혜를 주시고는 하셨습니다.
각박하고 복잡한 세상을 살다보면 경우에 따라서 남을 미워하기도 하고, 자기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지만, 선생님에게서는 그러한 속인적(俗人的)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고,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자연법칙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만유인력(萬有引力)의 법칙을 발견한 뉴우튼과 같은 직관력을 가지고 계신 선생님을 생각하노라면 항상 뜨거운 동경과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溪岩 鄭用泰先生님!
선생님과의 진정한 첫 만남은 저가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국제법이라는 학문을 배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선생님 연구실로 찾아갔던 대학 3학년 때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지만 그 중에서도 주법(酒法), 인연(因緣) 그리고 동전(銅錢) 양면(兩面) 등 3가지 가르침은 제게 주신 가장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첫 번째 선물은 학부과정을 마치고 이제 막 사회의 초년생으로 출발하려는 우리에게 한 가지라도 더 가르쳐야겠다는 애타는 마음에서 가르쳐 주신 주법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학부를 졸업할 즈음에 있었던 사은회에서 ‘인간이 술을 지배해야지, 술이 인간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술잔을 권할 때와 받을 때의 주법을 가르치신 것은 직장 상사나 인생의 선배들과 성숙된 인간관계를 맺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선물은 석사과정을 마칠 때 어느 식사자리에서 말씀하신 ‘인연을 아름답게 만들라’ 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면서 여러 인연을 맺고, 다양한 유대관계를 맺는 가운데 살아가고 있지만, 그 만남 자체를 소중히 여기지 않아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만남을 아름답고, 깊고, 창조적인 만남으로 만들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은 제가 이렇게 대학 강단에 서게 되었던 원동력의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가르침의 선물은 박사과정을 마칠 때 어느 주석(酒席)에서 말씀하셨던 것으로, 동전이 양면으로 되어 있는 것처럼 네가 믿는 진리 이외에 다른 진리가 있을지 모른다는 유연한 사고를 가지라고 말씀하신 것이었습니다. 즉, 오백원 동전의 한 면은 숫자가 새겨져 있고 다른 한 면은 학이 그려져 있으나 똑같은 오백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숫자로 쓰여져 있는 면만을 또는 학이 새겨진 면만을 오백원이라고 우기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 우리 인간들인데, 동전 양면 모두를 살펴야 한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은 저의 사고영역을 다양화하고 인간관계를 원만히 하는데 커다란 가르침이 되고 있습니다.
溪岩 鄭用泰先生님!
‘교육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선생님의 지론은 이제 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에게도 하나의 좌표가 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보면서 저도 학생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하였습니다. 칠흑 같은 밤에 길을 걷고 또 가다보면 저 멀리서 희미한 불빛을 볼 수 있으리라는 선생님의 희망 메시지는 오늘날의 저를 있게 하였습니다. 부디 구학(龜鶴)의 수(壽)를 사모님과 더불어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선생님의 애창곡인 ‘나 하나의 사랑’을 자주 또한 오래도록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