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업 유 감
호서대 교수 김 종 호
한국법률실무학회 교수님들 안녕하세요? 저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제가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오늘 우리 대학을 둘러싼 외부환경으로부터 교수님들께서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이미 건강을 해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오늘도 보직교수회의, 취업담당 교수회의에 불려 다니다 겨우 밤 시간이 되어야 연구실에 앉았습니다. 교육부정책에 휘둘려 대학 본연의 의무는 뒤로한 채 국가나 기업이 해야 할 일에 교수들은 에너지를 다 낭비하고 있으니 뭐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까지 이러한 일에 시간을 써야 하느냐 인데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그 부담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는데 비애감을 느낍니다. 재학율과 취업률로 학교가 평가되고 교수가 평가되는 현실입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떠해야 할까요?
국내외 교육 전문가들에게 한국 대학교육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말하라면‘빛 좋은 개살구’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며칠 전 모대학 교수는 자신의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교과서를 준비하지 않는다면서 리포트에 교과서를 구입한 영수증을 첨부하라고 해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 교육현실이 이렇게 변해버린데 한없는 비애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미 졸업한 학생들에게 사발통문을 돌려 취업을 강권해야 하는 게 오늘 우리 교수들의 현실입니다. 대학문제가 비단 취업율, 재학율 문제만은 아닙니다. 반값 등록금이 대학의 모든 문제인 것처럼 인식하는 정치권과 언론이 변하지 않는 한 그리고 교육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이 없는 한 우리 교수들은 끝없이 외부의 힘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양적으로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은 필자가 여기서 평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교과서가 준비되지 않은 교실, 수업시간에 휴대폰에만 집중하는 학생들이 가득한 교실에서 과연 취업과 직결되는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까요? 학력과 취업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은 것은 여러 교수님들께서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정규수업시간에 취업특강을 해야 하고 본질적인 교육에 투자해야할 등록금을 취업캠프에 쏟아 부어야 하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우리 교육의 미래는 암담합니다. 그래서 최근 세계 대학평가나 아시아 대학평가 수준을 통해 간접적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학문성취도를 추정해 볼 때 취업률지표 대신 교수의 연구 실적이 대학평가로 들어오지 않는 한 우리 교육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고 빛 좋은 개살구를 면치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대학진학의 목적이 직업(취업, 보수, 승진)이라는 거의 유일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탓에 대학에서는 낮은 학업성취도를 기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없이 부풀려진 학력인플레에 성취도가 낮은 ‘먹고 대학생’을 남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사회적 낭비인데, 여기에 취업률 압박까지 더해졌으니 실질적인 교육의 기대는 더 말할 나위가 없지요. 교육부 스스로가 대학교육에 대한 초과수요를 촉발하여 부실한 대학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기제를 만들어 버렸지 않습니까? 오늘날 대학교육이 학생들에게는 기대심리만 높여 놓았고 정상적인 직업조차 3D업종으로 전락시키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자승자박한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비판받아야 할 터인데 그 방법 혹은 지표 또한 자기들 면피하려는 발상이고 보니 이러한 정책의 개선이 없는 한 교수라는 직업은 사양산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필자는 대학구조조정을 하되 그 지표를 대학본연의 기능에 맞추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대학이 뭡니까? 교수들이 스스로의 전공에 대한 깊은 학문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학문후속세대인 제자들에게 충실히 전수해주면 그들은 졸업 후 인력시장(취업전선)에서 충분히 직업을 찾을 것이며 제대로 대우를 받을 것입니다. 진짜 교육을 하지 않고 이력서작성 특강을 하고,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강의해야 하는 오늘날 대학의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대학의 미래는 없습니다.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을 하려면 우선 당장 그 지표를 바꾸어야 합니다. 대학은 연구하는 곳이지 취업시키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 대학의 연구능력이 기업에 이미 뒤지고 있으니 이런 역전현상이 재역전 되지 않는 한 앞으로 남아있을 대학은 한군데도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교수들도 사라져야 하겠지요. 다시 팔을 걷어 부치고 연구실을 지킵시다. 이것이 대학을 살리는 길임을 명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