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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2-13 23:03
서완석-진정한 법치주의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49  

진정한 법치주의

           가천대 법대 학장 서  완  석

                                                                                                    

   최근 어느 은행 이사회가 그 은행의 지주회사가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에 거액을 출연하기로 의결하자 노조가 그러한 출연행위는 은행으로 하여금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에게 자산을 무상 양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은행법 상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문에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대주주 오너 일가 또는 계열사 등이 설립하고 출연한 주로 복지문화학술 관련 재단인 계열 공익재단에 매년 또는 비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 다른 금융회사들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큰 혼란에 빠져 있다고 한다.


  법이 금융회사 관련 규정에 대주주에 대한 자산의 무상양도 금지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는 금융회사를 소유지배하고 있는 기업의 이해에 따라 금융회사의 자금이 무리한 확장이나 위험한 투자 등에 무리하게 동원된다면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안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다양화하면서 사회복지, 교육, 문화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공익사업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으나 정부가 이러한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어려우므로 정부의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공익법인이 국민복지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인 일이므로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과 같은 금융기관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공익재단에 기부를 하는 행위는 장려되어야 한다는 사회일반의 공통 가치와의 충돌에 있다. 그렇다면 기부문화 활성화와 재벌의 지배권 확대방지는 절대로 양립 또는 공존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일까? 아니면 어떤 행위, 계획, 정책, 현상 등이 좋은 효과와 함께 '역효과'의 우려도 함께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는 '양날의 칼'일까? 절대로 양립 또는 공존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의 경우에는 벌칙 규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양날의 칼인 경우에는 역효과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 해법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loophole만 없앨 수 있다면 역효과는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법과 현실간의 괴리현상은 안기부 X파일이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어느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사례에서도 찾아 볼 수 있고, 국민 대부분이 함량미달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 장관이 되는 경우나, 국민의 법감정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대통령의 사면행위, 부유층 자녀 입학 통로로 악용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국제중 등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기준에 정원을 채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시도 교육청이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허용한 사례 등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도 법은 있었지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사람은 극히 일부였고, 중세시대에도 법은 있었지만 성직자와 봉건 영주들의 통치수단이었을 뿐 일반 국민들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일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근대 이후에야 비로소 국가나 지배자보다 인간 개개인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늘어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진정한 법치주의가 등장하였다. 이처럼 법치주의는 사람에 의해 다스려지는 인치가 가져올 수 있는 인간존엄의 파괴에 대한 우려 때문에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이와 같은 법과 현실 간의 괴리가 커지게 되면 현실의 법을 지키지 않는 자가 영웅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법학자들이나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법률 실무가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도 바로 법과 현실의 괴리가 커지는 일이다. 특히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가진 자들이 법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는 가장 경계해야 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현실 논리가 당장은 달콤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중에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