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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10 10:46
원상철-신입생에게 주는 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574  

신입생에게 주는 글   


용인송담대 교수 원상철



  대학 신입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쓴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체험한 대학생활과 오늘날 대학 새내기들의 그것들과 같을 리 없기 때문이다. 새내기들이 들어선 교정은 과거 내가 경험한 바와 같이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진동한다거나, 상아탑의 진리를 찾아 인문학 서적을 뒤적이며 그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밤새 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낭만 넘치던 곳이 아니라, 오직 실용학문만이 살길인 것처럼 인식되는 곳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용기 내어 붓을 들어 말하고자 한 것은 우리가 학문을 하는 이유나 우리가 선배들로부터 배우는 이유는 진리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리를 향한 끝없는 열망이 있었기에 대학이 존재하는 것이고, 또 여러분은 선배들의 그러한 가르침을 전수받고, 여러분이 겪을 창조의 고통을 통해 얻어 낸 무엇인가를 더하여 여러분의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사명이 있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직도 우리는 합리론이 옳은지, 경험론이 옳은지, 율곡이 옳은지 퇴계가 옳은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은 자를 보지 못했다. 따라서 나는 인생에 모범답안은 없다고 감히 말하고자 한다. 여러분이 겪은 중고교 생활은 타율이 지배했는지 모르지만, 대학은 자율이 지배하는 곳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여러분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찾아보아야 한다. 여러분이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한다. 취업의 노예, 학점의 노예가 되어 버린 현실 속에서는 진정한 사랑도 할 수 없고, 진정한 친구도 얻을 수 없고, 진리탐구도 할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위에서 말한 것들이 새내기 여러분에게는 사치스런 말로 들리고, 현실을 무시하고 산속에 틀어 박혀 자연을 벗 삼아 시조나 읊는 어느 현실도피주의자의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취업준비에만 열중하는 대학은 이미 대학이 아니라 학원이며, 대학은 도그마를 깨는 곳이다. 대학은 일률적인 틀 속에 여러분을 집어넣고 붕어빵을 찍어내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틀을 깨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고, 그저 과거의 답습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일 여러분의 교수님들께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하신다면 그것은 미래를 향한 진리의 의지까지 꺾고 살라는 이야기는 아니실 것이다. 현실도 외면하지 말라는 이야기이거나 편협한 사고를 경계하시는 말씀이실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청춘을 “Youth is, Life as yet untouched by tragedy(청춘이란 아직 비극에 물들지 않은 삶이다)”라고 정의한바 있다. 이처럼 젊음이란 절망을 절망으로 느끼지 않고, 실패를 실패로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용인송담대 새내기 여러분도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여 꼭 이루길 바란다.